韓·中 ‘김의 전쟁’

김 한장 나지않는 태국이 웃는까닭?

김은 우리 어민들에게 효자 상품이다. 작년 한 해 3000억원어치를 수출했으며 이 액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김 수출액은 인삼보다 많다. 주변국들이 이런 사업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리가 없다. 중국은 최근 연안에서 김 양식장을 확대하고 있고, 김 한 장 나지 않는 태국은 한국·중국 김으로 과자를 만들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한국과 중국, 태국 등이 뒤엉킨 ‘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김 시장 동향 파악에 나선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정명생 수산연구본부장과 장홍석 박사를 동행 취재했다.

韓·中 '김의 전쟁'… 김 한 장 나지 않는 태국이
일러스트= 김성규 기자

한 해 3000억원 수출 효자 상품

전 세계에서 김을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나라는 한국·중국·일본뿐이다. 대만과 뉴질랜드 등에서도 김을 생산하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을 만큼 미미하다. ‘김’이라는 이름은 1600년대 전남 광양에서 김 양식에 성공한 김여익의 성(姓)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질 좋은 김은 대부분 일본에 수출했다. 과거 일본은 자국에서 생산한 김은 물론 중국과 한국에서 들여온 양질의 김을 모두 먹어치우는 김 종주국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시장이 달라졌다. 일본은 김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줄어들었고, 경제력이 커진 중국과 우리나라의 김 생산과 소비량이 늘어났다.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김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거 미국·유럽에선 김을 블랙 페이퍼(Black Paper)라고 부르며 일종의 혐오식품처럼 여겼으나, 지금은 감자칩을 대체할 수 있는 웰빙 건강 스낵으로 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김을 ‘마법의 효능을 지닌 수퍼푸드’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에는 비타민A와 단백질, 칼슘이 풍부하다. 다만 한국과 일본에선 밥과 함께 김을 먹지만 다른 나라에선 간식이나 술안주용으로 즐겨 찾는다고 한다.

현재 김 수출 1위 국가는 한국이고 2위는 중국이다. 한국은 재작년 3000억원어치를, 중국은 1500억원어치를 수출했다. 우리나라 김 수출은 10년 만에 다섯 배 늘어났고, 수산물 가운데 참치 다음으로 수출액이 많다. 김 제품엔 김 해초를 얇게 펴서 말린 뒤 A4용지보다 조금 작은 크기로 절단한 마른김과, 마른김을 더 작게 잘라서 기름과 소금을 가미한 조미김, 마른김을 가공한 김스낵(과자) 등 세 가지가 있다.

이 중에서 우리나라는 조미김 시장의 최고 강자(强者)다. 일본 조미김은 간장과 설탕으로 간을 내 일본 사람 입맛엔 맞을지 몰라도 외국인 입맛엔 맞지 않아 세계화에 실패했다. 반면 고소한 참기름이나 들기름 등과 소금으로 맛을 낸 조미김은 외국, 특히 북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재작년 미국에 조미김을 700억원어치 팔았고, 자기 나라 조미김을 최고로 치는 일본에도 400억원어치를 팔았다. 우리나라 조미김을 수입한 나라는 10년 전 32개국이었으나 지금은 90여 개국에 달한다. 아프리카, 구소련 연방 국가도 조미김의 고객이다.

김 생산량 확대하는 중국

하지만 전문가들은 김 생산 1위국인 중국을 잘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중국 김 생산량은 2003년 60만t에서 2013년 114만 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중국은 장쑤성과 저장성 연안에서 대규모로 김을 생산해왔고, 최근 광둥성과 푸젠성에 대규모 김 양식장을 만들어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사람들은 김국을 끓일 때나 술안주 등에 김을 사용한다. KMI 장홍석 박사는 “1990년대부터 중국은 일본·대만·홍콩에서 양식 기술과 설비를 도입하는 등 김 양식에 많은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면서 “국거리용 김과 마른김을 주로 생산하다 요즘은 수출을 염두에 두고 조미김과 김 스낵으로 상품을 다양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10년 사이 우리 김 생산량도 20만t에서 41만t(2014년 기준)으로 늘어났으나, 아직 중국의 절반이 되지 않는다. 자국에서 나온 김을 내수에 많이 쓰는 중국이 수출로 방향을 바꾸면 우리나라 김 수출 전선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동남아·일본 등엔 저가(低價)의 중국 김 유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반면 일본의 김 생산은 중국과 우리나라에 이어 3위로 추락한 상태다.

그런데 김의 전쟁에서 주목해야 할 나라가 바로 태국이다. 김 한 장 나지 않는 나라이지만 김 제품 수출이 우리나라, 중국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으며 그 성장세도 폭발적이다. 10년 전 한국과 중국에서 조금씩 마른김을 수입했던 태국은 6년 전부터 수입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 요새는 우리나라 마른김의 절반이 태국으로 팔려나간다고 한다.

태국은 한국·중국산 김을 김과자로 가공해 다시 수출한다.
태국은 한국·중국산 김을 김과자로 가공해 다시 수출한다. 사진은 방콕 대형마트 빅시의 김과자 코너 / 방콕=강훈 기자

지난 20일 태국 방콕 중심부에 있는 대형마트 빅시(Big C). 과자와 스낵 코너에 있는 길이 15m 진열대 전체가 김 관련 상품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미국에서 잘 팔린다는 한국산 조미김은 한 귀퉁이에 몇 봉지 진열돼 있을 뿐, 제품 대부분이 태국산 김과자였다.

기름에 튀긴 튀긴김, 소스를 발라 그릴에 구운 훈제김은 물론 ‘열대과일의 왕’으로 불리는 두리안을 말려 그 겉을 김으로 두른 두리안김, 우리 된장찌개와 비슷한 �얌꿍의 맛을 낸 �얌꿍김 등 각종 김과자가 가득했다. 맛도 매운맛, 신맛, 단맛으로 다양했다.

KMI 정명생 본부장은 “한국과 중국에서 수입한 그 많은 마른김을 김과자로 가공한 것”이라며 “태국은 김과자라는 새로운 제품의 시장을 개척하고 김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빅시에서 멀지 않은 대형마트 테스코 로터스(Tesco Lotus)의 스낵 제품 코너엔 일부 김과자가 다 팔리고 품절된 상태였다. 쇼핑을 나온 노이(34)씨는 “아이가 김과자를 너무 좋아한다”면서 튀긴김 두 봉지를 사갔다.

김과자는 가격이 매우 비싼 편이었다. 중량 20g 되는 김과자 봉지를 뜯으니 작고 길쭉한 모양의 튀긴김 6개가 들어 있었다. 그 과자 가격은 40바트(약 1300원)였다. 무게를 기준으로 하면 태국의 다른 과자류보다 최대 10배 이상 비싼 편이라고 한다.

김과자 시장 개척한 태국

태국의 김과자 역사는 불과 10년밖에 되지 않는다. 이티팟 피라데차판이라는 타오케노이사(社) 창업주가 김과자를 출시해 대박을 터뜨렸다. 그 사장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도 인기를 끌었다. 태국 김과자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타오케노이는 ‘터미널21’ 등 방콕 시내 여러 곳에 김과자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김과자가 히트를 치자 태국 대기업들도 김과자 시장에 뛰어들었다.

맥주 회사로 유명한 싱하는 지난해 김과자 생산과 판매를 위한 별도 계열사를 만들었다. 후발 주자인 싱하는 한류 마케팅을 적극 구사했다. 과자 봉지에 슈퍼주니어의 규현을 모델로 쓰고, 제품명에 우리말인 ‘맛있다’를 썼다. 과자 원료인 김이 100% 한국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싱하 공장의 매니저 시라티콘 상산씨는 “경쟁사들은 중국산 김과 한국산 김을 섞어 쓰지만, 우리는 품질 좋은 한국산 김만 사용한다”고 했다. 중국산 마른김이 가격도 싸고 양이 많지만 품질이나 이미지 측면에서 한국산 김을 원료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태국은 김과자 수출에도 성공했다. KMI 장홍석 박사는 “태국의 김과자 수출 금액은 현재 3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그 물량이 매년 늘어나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면서 “태국 김과자는 한국 조미김과 함께 김의 세계화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고 했다. 태국은 김과자를 중국·일본·미국뿐 아니라 호주·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으로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아시아 식품 강국인 태국은 ‘세계의 주방(Kitchen of the World)’이라는 정책 슬로건을 내걸고 식품 산업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참치캔 제조 분야에선 이미 세계 1위 생산·수출국이 됐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송미정 방콕 사무소장은 “태국은 한료로 세계 30개국에 김과자를 팔고 있다. 태국 제품을 능가하는 새 형태의 김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우리나라 CJ, 동원F&B 등도 김과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정부도 지원에 나서고 있다. 조미김과 마른김 시장을 놓고 우리나라는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고, 김과자 시장에선 태국과 한판 승부를 겨뤄야 하는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